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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권은 '고생 값' 3천만원을 더 받을 수 있을까 - 연합뉴스

kt '시스템'으로 맞서면서도 "불펜 투수 평가 개선 검토"

kt 주권
kt 주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야구 kt wiz의 투수 주권이 구단의 체계적인 연봉 고과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다.

주권은 KBO에 2021년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KBO는 11일 연봉조정 신청 접수를 마감했는데, 주권이 유일한 신청자였다.

연봉조정 신청은 2012년 이대형(당시 LG 트윈스) 이후 9년 만에 나왔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kt는 주권에게 올해 연봉으로 2억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주권은 2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주권은 3천만원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KBO 연봉조정위원회에 판단을 넘겼다.

주권의 지난해 연봉은 1억5천만원. 2019년 6천300만원에서 138% 올랐다.

주권은 2년간 kt의 믿음직한 불펜 투수로서 헌신했다.

2019년 71경기 75⅓이닝 6승 2패 25홀드,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77경기 70이닝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2년 연속 70경기·70이닝 이상을 던지며 kt 마운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2년 연속으로 한 시즌 144경기 중 절반가량 등판한 셈이다.

만년 하위권이던 kt는 2019년 승률 5할을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특히 지난해 시즌 초중반 흔들린 kt 불펜을 떠받친 투수가 바로 주권이었다. 주권의 잦은 등판으로 '혹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고생했으니, 최대한 할 수 있으면 타이틀을 획득하게 해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권에게 최소한의 보상책으로 홀드왕 타이틀을 챙겨주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 바람대로 주권은 kt 창단 첫 홀드왕을 거머쥐었다.

역투하는 주권
역투하는 주권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권의 '77경기' 등판과 '홀드왕' 타이틀은 고생의 상징과 같다.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kt 구단도 상징적인 부분을 연봉에 어느 정도 반영했다.

연봉을 무조건 데이터 등 정량 평가로 정하는 게 아니라, 10%는 인성, 팬서비스, 리더십 등 정성 평가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형평성과 공정성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kt는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연봉 평가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연봉을 정하고 있는데, 주권에게만 이 시스템에서 벗어난 연봉을 책정하면 다른 선수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권과 kt는 오는 18일 오후 6시까지 각각 원하는 연봉의 산출 근거 자료를 KBO에 제출해야 한다. KBO 조정위원회는 25일까지 조정을 마쳐야 한다.

kt는 연봉과 관련해 방대한 자료와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산출 근거 자료를 제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주권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에이전트의 지원이 있겠지만, 기존의 틀을 깨트릴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9년 전 이대형은 결국 연봉조정을 취소했다.

연봉조정을 받은 마지막 선수는 2011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다. 이대호는 자신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KBO는 "이대호 본인이 주장한 7억원 이상 가치가 있다는 데는 조정위원 모두가 공감했지만, 이대호의 고과 평점에 따른 활약도와 구단 내 타 선수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을 때 구단 제시액(6억3천만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KBO 연봉조정 결과와 별도로 주권은 이번 승부수로 일종의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숭용 kt 단장은 창단 후 모든 선수에게 동일한 연봉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주권의 연봉만 다른 기준으로 정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중간 투수 평가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12일 밝혔다.

kt 구단은 주권의 연봉조정 신청을 '불펜 투수의 공헌도를 더 인정해달라'는 메시지로 이해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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